멕시코 중부 케레 타로 주에 있는 요리 전문 대학인 이 헤 스 IGES·고등 조리 원 의 '제 1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먹음직스러운 갈비 찜과 잡 채, 전, 미역국, 떡볶이, 닭 강정, 곶감 말이 를 조리 하는 손놀림은 거침없이 능숙해 보였다.
한쪽에는 김밥과 7가지 종류의 김치가 그릇에 소 담 스 럽 게 담긴 채 젓가락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 큰 유리병에 담긴 영롱한 자주색의 오미자 차에는 멕시코 선인장 종류인 블루 아 가 베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요리사 전문 양성 교육기관 중 한 곳인 이 헤 스 에서는 교수와 학생 20 여 명이 지난 5 주간 매일 5 시간 씩 총 50시간 동안 한식을 연구하고 공부했다.
30년 역사의 이 헤 스는 멕시코 대학 중 처음으로 한식을 정식 교육 과목으로 채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8∼9월 중 커리큘럼을 짠 뒤 교육 부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인데, 이르면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한식을 가르칠 수 있을 것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 과정의 하나로 이 헤 스 에서는 한식 진흥 원 주최로 한국의 장 희 영 셰 프 를 초빙해 한식 교육을 받았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교수와 학생들이 그간 배운 한국 요리를 이웃 또는 친구와 나누는 자리였다.
케레 타로 에는 삼성 전자를 비롯해 한국의 여러 기업이 입주해 있어서, 머나먼 한국으로부터 한식 식 재료가 다수 공 수 되고 있다.
학생들은 특히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등 한국 발효 음식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대부분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아 부어야 하는 '슬 로 푸 드' 다.
사실 멕시코 인 들 의 입맛이 한국인과는 달라서 현지에선 한국 특유의 톡 쏘는 발효된 맛과 진한 양념에 큰 호감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학생들은 깔끔한 맛을 내는 백 김치와 물김치 등을 함께 담그며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
이 헤 스 에서 학생 등을 지도한 장 희 영 셰프 는 "발효를 1∼3단계로 나누는 등 전반적인 한식에 대한 이해 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볶음과 구이 등 한식의 조리 테크닉 뿐만 아니라 이론 강의도 많은 시간을 들여 진행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한다. 멕시코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 재로 요리할 수 있는 법을 찾는 과정에서 적절한 맛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레베카 아 르사 테 카르 도나(19) 학생은 "여러 가지 다양한 맛을 합쳐서 제가 원하는 맛이 나왔으면 했는데, 그게 쉽지는 않았다"며 "(반복하다 보니) 좋은 결과물도 있었다. 한식의 특별한 매운 맛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장 셰프 와 함께 개발한 할라 페뇨 간장 장아찌는 아 삭 함과 특이한 매콤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내고 있었다.
강의를 수강 한 학생 등은 "새로운 배움이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5주 간의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 셰프 에게 정이 들어서 인지 작별을 앞두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올 리 비 아 곤 살 레스 멘 도사 이 헤 스 총장은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역사가 깊은 한국 문화와 한식에 대해 우리는 깊은 존경을 가지고 있다"며 "(한식 정규 과목 채택으로) 한국과 멕시코 문화가 교류할 기회가 더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