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7일 일요일

용왕 막내딸' 거북에 막걸리·돼지고기 대접

바다거북 고향 제주, 풍요·안전 가져다 줄 거라 믿어 신화·전설 속 거북 신앙, 해 녀 삶 지탱해 주는 힘 원천

  

국제 멸종 위기 종 푸른 바다거북

장수(長壽)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거북. 바 당 밭(바다 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에게 거북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제주 전역에서 바다거북은 제 줏 말로 '요 왕 사자' 또는 '요 왕 할 망 말 젯 똘 애 기로 인식된다.

용왕의 신하인 사자(使者) 또는 용왕 신의 막내 딸 아기 정도의 뜻이다. 어떤 의미일까.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제주의 역사·문화 속에서 바다거북의 문화적, 자연 환경적 의미와 가치, 공존 방법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1999년 10월 18일 오전 7시께 제주 서귀포 시 중 문 해수욕장 모래 언덕.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 새끼 바다거북 100 여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중 문 관광 단지의 한 호텔 총 지배인이던 패리 드 슈케 어(43)씨가 백사장을 산책하던 중 모래언덕 밑에서 우연히 이를 발견한 것이다.

바다거북은 보통 6∼8월에 모래사장에 알을 낳는다. 지열에 의해 2달 가량 지난 뒤 부화하는데 당시 제주에 비가 많이 오면서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 뒤늦게 부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의견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왕 바다거북 산란 구경하는 관광객
지난 2002년 6월 20일 제주도 서귀포 시 중 문 해수욕장에서 산란 중인 세계적인 희귀 종인 왕 바다거북(Loggerhead Turtle)이 발견돼 관광객들이 흥미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로부터 3년 뒤 같은 곳에서 바다거북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2002년 6월 20일 오후 1시께 중 문 해수욕장 백사장 중간 지점에서 길이 120㎝, 폭 80㎝ 크기의 바다거북이 알을 낳고 있었다.

모래를 깊이 파고 들어가 머리와 등 껍질 부분만 드러냈던 바다거북은 알을 낳고는 뒷다리로 모래를 덮어 메운 뒤 유유히 바다로 돌아갔다.

발견된 지 30 여분 만이었다. 이후에도 2004년과 2007년에 제주에서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된 바 있다. 최근에는 서귀포 섶 섬 인근 바닷속에서 푸른 바다거북이 유영하는 모습이 수중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예부터 제주는 거북의 고향이었다. 고려 사 (高麗史)에는 고려 문종 7년(1053년) 2월에 탐 라 국 왕자 수 운 나(殊雲那)가 고려 정부에 거북 등 껍질(龜甲·귀 갑)을 비롯해 우 황, 쇠 뿔, 쇠 가죽, 나 육, 비자, 해조류 등을 바친 기록이 나온다.

주목할 만한 물품 중 하나가 바로 거북이다. 과거 제주 곳곳에 펼쳐진 해안 모래밭은 바다거북의 주요 산란 장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해역을 지나던 거북이들이 제주 연안을 따라 발달한 해안 사구에 알을 낳았고, 탐 라 국 사람들은 이 바다거북을 잡아 사대 관계에 있던 고려 조정에 바쳤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부터 거북 등 껍질은 비녀, 목걸이, 빗 등 여러 장신구의 재료로 쓰이면서 보석 만큼이나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장수(長壽)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만큼 거북을 소유하려는 욕심으로 이어졌다.전국에서 바치는 진 상품 중 제주에서 올라온 거북 등 껍질은 으뜸이었다.

하지만 아무 때나 거북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을 때 잡아야 하기 때문에 거북 등 껍질을 구하는 일은 몹시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고려 사 속 탐 라 국 거북 기록
거북은 오래도록 살고 죽지 않는다는 열 가지를 일컫는 '십 장 생'(十長生) 중 하나로 꼽히는 영 물(靈物)이다. 우리나라 민속 놀이인 거북 놀이는 경기도 이천과 충북 음성 등에서 행해져 거북을 통해 무병장수와 평 안, 풍년 농사를 기원했다.

널리 알려진 판소리 계 소설 '별주부전'에서 거북은 용왕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등장한다. 섬이라는 폐쇄된 자연환경 속에 독특한 문화가 발달한 제주에서 거북은 어떤 존재일까.

제주 해 녀 공동체와 바다거북 문화 이야기를 다룬 인문 서적 '곱게 갑서, 다시 오지 맙 서'(2021, 한 그루)에서 저자인 강 대 훈 은 제주 본 풀이(제주 신화, 신(神)들 의 내 력을 풀어낸다는 뜻)에서 거북은 두 얼굴의 영물로 그려진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죽음과 질병을 가져다주는 무서운 얼굴, 그리고 사람을 돕고 은혜를 갚는 고마운 얼굴의 거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주 신화 중 동해 용왕의 막내딸에 대한 '동이용궁할망본풀이'가 있다. 동 이용 궁 할 망은 아기를 아프게 하고 저승으로 데려가는 무서운 할 망(제주에서는 '할 망을 단순히 '할머니'가 아닌 '여신'의 의미로도 사용한다)이다. 

 

제주 바다 유영하는 바다거북
아기를 점 지 해 출산을 돕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삼 승 할 망'과 정반대의 신이다.제주 사람들은 바다거북을 바로 용왕 신의 막내딸(동이 용궁 할 망)로 여겨 자신의 아기 또는 손자들을 찾지 말아 달라고 신(동이 용궁 할 망)께 기도한다.

반면, 제주 신화 또는 전설에는 인간을 돕는 고마운 바다거북도 등장한다. 제주 무속의 기원 신화에 해당하는 '초 공 본 풀이'에서 바다거북은 심 방(무당을 뜻하는 제주 어)의 조상 격인 무 조 신(巫祖神) 삼 시 왕의 어머니를 돕는 영 험 한 동물로 묘사된다.

또 웅덩이에 빠진 바다거북을 꺼내 바다로 돌려보낸 해 녀 에게 거북의 어미가 은혜를 갚는 이야기 등이 전해 내려온다. 신화와 전설을 통해 형성된 믿음은 실제 거북을 만났을 때 행동으로 드러난다.

제주 사람들은 살아있는 거북이가 해안에 올라오면, 거북이에게 막걸리와 돼지고기를 대접해 지 극 정성으로 되돌려 보냈다.

용왕의 막내딸인 거북이가 집으로 돌아가 인간으로부터 대접을 잘 받았다고 여겨야 용왕이 마을 자손들의 물질 작업과 조업 안전, 마을의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한편, 죽은 거북이가 해안가로 떠밀려 오면 흰 천으로 곱게 싸서 제 를 지내 바다로 다시 돌려보냈다.

거북의 죽음은 마을에 상서롭지 않은 징조라고 여겼다. 죽은 거북을 보는 것 자체가 바다에서 생업을 해야 하는 해 녀 들 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고향 바다로 돌아가는 바다거북
2021년 8월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 시 중 문 색 달 해변에서 해양 수산 부 주최로 열린 '바다거북 방류 행사'에서 한화 아 쿠 아 플라 넷 관계자들이 바다거북들을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러한 의식 뒤에 해 녀 들은 바다거북이 환생 할 것이라 믿는다.용왕의 막내딸인 신(神)이 죽을 리 없으며 반드시 바다로 돌아가 환생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류 학을 연구하는 '곱게 갑서, 다시 오지 맙 서'의 저자 강 대 훈 은 "해 녀 들 의 무속 적 실천에는 소박한 생업의 자리에서 현재의 시련을 긍정하고 오늘보다 조금 이 나마 나은 내일을 희망하게 하는 원 초 적 낙관 주의가 존재한다"며 "(해 녀 들 의) 기도는 조상에 대한 기도이며 자손들의 안녕에 대한 기원으로서 제주 조상 신앙의 근원적 꿈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는 "전설과 신화 속 거북은 해 녀 들 의 생활 세계로 내려와 산다. 제주의 고령 해 녀 들 에게 요 왕 할 망(용왕)과 그 막내딸인 거북은 일종의 '살아지는 신화'(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신화)였 는 지 모른다"며 "신화 적 현실이 그들의 삶과 생업을 지탱해 주는 힘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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